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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크리스천 일상

비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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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오손도손 동네에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할 때 일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매번 도시락을 싸주는 아내에게 미안할 때, 아니면 바쁠 때 컵라면을 즐겨먹었다.


 그날 저녁엔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아, 아내에게 컵라면을 같이 먹자고 했다.
 
 내껀 참깨라면, 아내가 선택한 컵라면은 신라면...

 아내가 물을 부었다고 하면서 다 됐다고 날 부른다.
 
 자리에 앉아 참깨 컵라면을 열어보고 나는 빵 터졌다.

 "여보 이렇게 먹으라는 거지? ㅋㅋㅋ"

 

 "어? 미안. 나는 그거 처음 해봐서"
 


 라면은 다 익었고, 계란 블럭은 고스란히 비닐에 쌓여 있었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정말 미안하다면 사과한다.

 일부러 한 개 아니라며...

 

  


 계란 블럭을 넣고 조금 기다린 후에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여보, 라면에서 비닐 맛이 나..."
 
 "에이... 그거 가지고 그럴리가 있어? 계란 블럭 비닐이 아직까지 있지 안잖아."

 "아니 진짜야. 자 먹어봐~"

 

 한 번 먹어보더니 정말 비닐 맛이 난다고 하며 미안하단다.

 알겠으니 그냥 먹으란다.

 다음부터 잘 해주겠다니 별 할말이 없었다.

 사과를 받아 주고 계속 먹기 시작했다.

 두어 젓가락 쯤 먹고 있는 데, 자꾸 뭐가 걸린다.
 컵라면을 살펴보니...
 이게 들어가 있었다. 
 

 이번엔 참깨라면 유성스프다.

 아내에게 보여주고 서로 바닥을 뒹굴렀다.

 눈물 흘리며 웃으며 사과하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웃긴다.

 비닐맛 나는 컵라면 먹어보고 아내에게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보. 앞으로 잘할께. 담부턴 이렇게 복수하지 않도록 해 줘... 무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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