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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글짓기

배웅받는 새벽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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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하영이를 낳고나서부터 새벽예배를 시작했다.

아이를 주신 하나님 앞에 감사드릴 방법을 찾다 선택한 일이 20년의 시간동안 지속될 줄 몰랐다.

중간중간 쉬는 날도 많았고 방학을 오래 지속한 일도 있긴 하지만 지금도 그 루틴을 지키고 있는 것에 참 감사하다.

괴로울 때, 슬플 때, 힘들고 지칠 때 뿐 아니라 감사할 때, 기쁠 때, 행복할 때, 은혜가 넘칠 때를 막론하고 새벽의 시간을 매일 지키려고 애쓰다보니 어느새 20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시작할 때와 지금 달라졌냐?"라고 물어보면 딱히 자랑할 만한 바뀐 것은 없다.

내 인생에 신앙의 시작(7살에 가족이 신앙을 가지게 된 것)과 믿음의 지속을 제외하고 이토록 오래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새벽예배와 수영 뿐임을 알리고 싶기는 하다.

건강 주신 것에 감사하고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하다.

첫 아이가 태어나 잘 자라 이제 대학교 1학년이 되는 시간동안 거의 매일 기도했다. 그 이후로 둘 째가 태어났고 잘 자라서 멋진 청년이 되어가고 있다.

넉넉하지도 풍요롭지도 않은 가정에 귀한 선물인 사랑스러운 자녀를 주시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릴 수 있게 현숙한 아내를 허락하신 것도 감사하다.

오랜 시간을 새벽예배를 다녔다.

그 시간을 홀로 싸웠다.

알람에 맞춰 일어나고 씻고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매일매일 익숙하지 않다. 아직도 해야하나 말아야 하는 중간에서 전쟁중이다.

차디찬 겨울에 깊은 잠에서 깨어 따뜻한 침대 밖으로 나와야 하는 어려움은 천근만근의 무게를 이겨내는 것과 같다.

오래도록 혼자 일어나고 집밖을 나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혼자 나오지 않는다. 아니 격한 환송을 받으며 예배를 드리러 간다. 기쁘기도 하고 행복하다.

1년 반 전부터 우리 식구가 된 정로이라는 녀석 덕분이다.

암컷 고양이로 길냥이에서 구해져서 우리 집으로 왔다.

조금 자란 후부터는 어느새 우리 부부의 침대에 자기 자리를 만들어 함께 자고 함께 깬다.

새벽예배를 위해 일어나고 씻고 나오면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한껏 기지개를 켜면서 아빠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작은 소리로 야옹 거리며 내 손에 볼을 부빈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새벽예배를 가기 전 루틴은 그 녀석을 쓰다듬어 주고 볼을 만져주고 토닥여준다. 그릉그릉 소리가 어찌나 행복하게 느껴지는지 자기도 사랑받고 있는 것을 아는가보다.

매일 새벽예배를 가는데, 누군가 마중 나와 잘 다녀오라고 힘을 주는 것 때문인지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는 게 덜 힘들다. 예배 드리는 기쁨이 일순위지만 그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해 주는 것에 우리집 귀여운 친구가 도움을 준다는 것에 감사하다.

고양이를 키우며 불편함은 있지만, 그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수영장에서 믿지 않는 분들이 나에게 말한다.

"평일에 일하고 새벽예배하고 수영하고 주일까지 그렇게 교회에 하루종일 있으면 힘들지 않아? 쉬는 날도 없이 너무 애쓰는 것 같네."

길게 대답하지 않고 아니라고만 대답한다.

불편함을 이길 행복이 있다는 것을 피곤함을 이길 진리와 은혜가 있다는 것을 그분들께 알려드리고 싶다.

신앙이 자라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하나님 앞에 은혜를 누리고 기쁨의 시간들을 채워가는 일들이 많아지다보니 나도 모르게 자라는 것을 느낀다.

하나님 앞에 갈 때까지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하나님이 건강을 허락해주셔야 할 것을 담보 삼아 기도한다.

이 감사한 일들을 이뤄갈 수 있도록 환경과 상황과 건강을 허락해주세요.

이 기도에 응답하실 하나님을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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