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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글짓기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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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때 기억이 난다. 

 내가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급식의 개념이 없었다.

 어머니가 해 주신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그 때 그시절...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 시절이 나의 유년 시절이다.

 하루에 도시락 3개를 싸가지고 다니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매일 챙겨주시는 어머님이야 오죽했을까마는 가지고 다니는 나도 힘들긴 했다.
 교과서와 필기노트, 참고서 등을 들고 다니고 거기에 더해 도시락 3개까지 넣은 가방은 보통의 무게가 아녔음은 직잠할 수 있을 것이다.

 키가 무럭무럭 크지 않은 이유를 학교 가방이라는 핑계로 대보고 싶다.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을 때 나눠지는 부류들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과 친한 친구들과 반찬을 나누어 먹는다.

 서로 친구의 반찬을 평가 하면서 이야기하는 즐거운 식탁의 자리를 상상하면 딱 그 모습이다.

 

 다른 모습은 밥만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반찬 사냥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 
 가정형편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밥 동냥하고 반찬도 동냥하지만, 누구보다 떳떳하고 아무렇지 않게 들이대는 그 정신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혼자서 뚜껑을 덮어놓고 누구에게 빼앗길까 두려워 눈치보면서 먹는 부류...
 정말 눈꼴 사납다. 남자답지 못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반찬을 나눠먹기가 두려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혼자만의 식탁을 꾸미는 그런 아이들로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었다. 

 이런 여러가지 모습들이 우리의 학창 시절이었다.

 

 

 

 주일에 예배 후에 청소년부 아이들과 제자훈련을 하고 나서 교회에서 짜장라면을 끓여먹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훌륭하지 않은 식탁.
 간단히 라면과 김치볶음만 있었던 어떻게 보면 소박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식탁이었다.
 그런 변변치 않은 식탁이었음에도 왜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14개의 라면을 끓이고 나눠먹고 설겆이 하고 그 후에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나누며 서로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교회 꼬마 아이들까지 함께 하면서 웃고 떠들면서 먹게 되는 그런 식탁.
 식사의 자리가 그리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반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부모님과 가족들이 함께 고기 먹는다고 자기도 가야 하는데, 이 자리를 지켰다고 말이다.
 너무 고맙고 즐거웠다.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비싼 음식, 비싼 장소여서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했는가가 더 큰 이유가 아닐까?

 

 별 볼일 없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그것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여서이다.

 

 음식을 마치고 둘러 앉아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면 더 좋을 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정말 좋았다. 어리게만 생각했던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숙의 단면을 확인했다.

 예수님이 함께 하시는 식탁의 둘러앉은 제자들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나눔의 시간을 통해 풍성해지고 행복하고 즐겁고 기뻤다.
 식사 자리에 누구와 함께 인지는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누구와 함께 하는가.
 이게 가장 중요하다. 

 

 어딜 가는가,
 무엇을 먹는가,
 무엇을 가졌는가,
 얼마나 비싼것인가.

 이런 것들은 우리의 행복을 결정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넘어 누구와 함께 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과연 누구와 함께 하는가?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과 함께 하는가?

 늘 질문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지금 식탁을 함께 하고 있는가?
 

 우리의 인생이 늘 행복할 수 없다.

 삶의 길 가운데 고통과 역경이 뒤따르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살아보는 게 의미있고 즐겁지 않을까?

 

 삶에 순응하는 게 필요하지만, 내가 만들고 헤쳐나가는 인생도 필요하다.

 식탁에 누가 함께 하는 가를 늘 기억하며, 좋은 분이 같이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드리면 좋겠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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