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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크리스천 일상

주께서 쓰시겠다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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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를 운영할 때의 일이다.

 

 마감시간 1시간 전 즈음 양복 입은 노신사분께서 들어오셨다.

 지팡이를 짚고 오시는 것을 보니 연세도 있으시고, 몸이 조금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깔끔한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눌러쓰신 모습에서 뭔지모를 기품이 느껴졌다.

카페 디스토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고 음미하시던 중에 말씀을 조심스럽게 꺼내신다.

 

 


 "장사하는 데 손님이 없네요?"
 "네. 이곳은 아파트 주택가라서 저녁엔 사람들이 집에 들어간 후로는 많이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참의 정적 후에 다시 말씀을 시작하신다.

 "예수님 믿으십니까?"
 "네. 예수님 믿습니다." 당당하게 말씀 드렸다. 나의 대답 이후 어르신께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아무래도 앞에 앉아서 들어야만 할 것 같아. 자리를 옮겨서 마주 앉아 진지하게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가게에 손님이 한 분도 안계신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자신의 청년의 때를 회상하시면서 멍게를 팔게 되었던 적이 있었단다.

 다들 신참이라고 아주 못쓸 상품만 주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순번을 꼴찌로 주는 등 도매점에서의 갖은 핍박이 있었지만, 자신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장사가 이상하게 잘 되더라는 말씀이었다.

 장사가 잘되는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르신은 장사 시작 전과 마감 후에 30분씩 기도를 하고 했다고 말씀하신다. 의지할 것 없고 아무런 능력이 없으니 의지할 하나님만 붙들었을 것 같다.

 매일 기도하는 습관을 유지했더니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한 번 구매하신 손님들이 서로서로 소개를 해주고, 어르신이 장사하며 오는 시간을 기다려서 물건을 사주고 하더라는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선택하셔서 이렇게 살게 해 주셨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도 모를 감동이 있었다. 그 분의 이야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 장사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그만두고 거리를 걷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갑자기 부르더란다.

 

 집사냐고 묻더니만 대답을 듣고나서는 다짜고짜 책 장사 한 번 해보라고 그냥 직원으로 채용해 주셨단다.

 그 분은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한번 보고 예수님 믿는 사람같아 불렀다면서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밀어주셨단다. 그 분은 여의도 순복음 교회 장로님이셨다면서...

 장사 이야기 마치고 이북에서 남쪽으로 피신온 이야기, 6.25를 지내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기를 겪으면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이렇게 살아내셨다는 이야기까지 하시는데, 자꾸 눈에서 눈물이 나고 소름이 가라앉질 않았다.
 


 지금은 목사님으로 은퇴하셨다며 말씀을 마치셨다.

 하나님께서 다른 목사님을 통해 자신에게 말씀하신바가 있다고 하시면서 아직도 전도하는 일들을 멈출수가 없으시다는 이야기에 내가 부끄러워지고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주께서 쓰시겠다는데...

 자신의 나이와 건강을 핑계 댈수가 없으시단다.

 지금 이렇게 살아온 인생이 다 하나님 은혜고 감사인데, 자신이 어떻게 하나님의 명령인 전도를 안할 수가 있냐면서...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그 귀한 시간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나에게 천사의 다른 모습으로 어르신이 와 주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꼭 기도해달라고 부탁드리며 나의 명함을 드렸다.

 커피를 대접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커피값을 겨우 안받았다.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담고 싶었다.

 앞으로 기도하면서 장사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얼마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인지를 더욱 깨닫게 된다.

 꼭 장사만이 아닌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을 기도로 마무리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그간 소홀했던 기도생활에 불을 붙여서 다시 깨어나야겠다.

 굳센 결단으로 오늘의 마무리가 행복하기만 하다.

 

 우리 인생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의 일들을 채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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